(편의상 줄여서 FSS로 칭함. 스포없음)
5년만에 나온 신작.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라고 하면 좋겠지만 실은 완전히 잊고 있었다. 집에 1권부터 12권까지 전질이 나란히 꽂혀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히는, 이 작가가 더 이상의 작품활동을 하는지조차 의문이었던 길었던 세월이었나.
FSS는 개인적으로 만화책 중에서 가장 큰 충동적 지름을 행하게 만들었던 작품이다. 몇 학년이더라, 시험 종료를 1주일 정도 남겼던 어느 날, 갑자기 미친듯이 FSS가 보고싶다는 충동이 일어서 공부가 손에 잡히질 않았다. 결국 과감하게 망해버린 학과 시험은 기억 속에 접어두고 바람처럼 홍대로 달려가 전권을 구매했었다. 아마 이런 식으로 구매했던 만화책은 이게 유일하지 않으려나? 하여간 당시에 딱 10권을 사들고 와서 방구석에서 다 봤었다.
FSS의 특징이 에피소드가 시대공간이 정말 제각각이기 때문에, 신간을 보기 전에 구간들을 복습하는 것은 필수는 아니지만 거의 당연한 절차다. 하지만 지금 필자는 촌구석에 내려와 있고, FSS들은 집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
아무튼 1권부터 계속 나오는 주인공 몇 명 빼고는 기억도 아리까리한 상태에서 보게된 신간의 감상.
...그래도 재밌는데?
보는 맛이 있다.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고 페이지만 슬렁슬렁 넘겨도 묘한 즐거움이 밀려온다. 설령 앞뒤 자르고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단편이라고 해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즐거움. 사실 FSS에 엄청난 애정이 있는것은 아니라, 작가가 엄청나게 쏟아놓은 설정놀이에 관해서는, 즉 만화책 본편 이외에는 전혀 모르는 입장에서 읽어왔기 때문에 수긍이 가는 면은 있다만은, 어쨋뜬 그냥 이야기나 작화의 퀄리티만 봐서는 대단하다는 느낌이다. 작가가 조금만 더 성실했으면.. 이라는 생각이 안 들수는 없다만, 분명 천재는 천재인것 같다.
내용 이야기를 해 보자. 물론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전개는 생략. 일단 FSS는 모터헤드라는 인간형 거대병기와 이를 조종하는 기사, 그리고 그 기사를 보조하는 인간형 컴퓨터 '파티마'라는 요소를 축으로 하여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라기에는 고전적인 요소가 더 많은 독특한 작품이다. 건담같이 인간형 거대병기가 격돌하는 전장이 자주 나오기는 하지만, 그리고 작가가 밀덕후 인증을 하며 상세한 전장묘사를 하지만, 그래도 이는 부차적인 내용이며 실제로는 인간들과 파티마들의 얽히고 섥힌 복잡한 인간관계가 주된 내용이 된다.
12권을 보면서 11권에서 상당히 인상깊었던, 다수의 모터헤드간의 치열한 집단전이 문득 생각났는데, 12권에서는 배경은 마도대전이지만 실질적인 전투장면은 별로 나오지 않았다. 물론 전쟁은 전쟁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알 수 있지만... 과연 이 전쟁 언제 어떻게 끝내려는거지?
이번 12권 내내 캐릭터들이 진지함과 코믹함을 오가면서 개그를 치는 느낌인데, 그래서인지 책 전체가 좀 가볍고 즐겁게 느껴졌음. 모터헤드나 전투장면이 많지 않은것은 좀 아쉽지만 먼치킨 캐릭터들이 얼간이짓 하는 모습을 보는것도 이 또한 꽤나 재밌다고 해야하나? 하긴 '잘 모르는', 혹은 '크게 관심없던' 캐릭터들에게 책을 읽으면서 이만큼 감정이입하고 같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작가가 이야기를 잘 짠 증거겠지 말이다.
아무튼 이거 상당히 재미있다. 그냥 한 권 따로 읽어도 재밌지만... 그러기에는 약간 아쉬운 이 작가 특유의 탄탄함이 있다. 가벼운 전개 뒤에 숨어서 '나를 알아줘~' 라는 느낌? 그리고 기존 시리즈를 즐겁게 읽어왔다면야 당연히 무조건 추천이고.
FSS는 기대감을 배신하지 않는다... 라는 말을 쓰기는 좀 그럴만큼 지금은 완전히 기다리는 것 조차 포기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FSS를 읽으면서 실망한 적은 없었다. 얼마 전에 보니까 사촌동생(여자)이 FSS를 읽고있던데, 별로 좋아할만한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소화 가능한 독자의 폭이 넓은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