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6일
기권이라는 용어의 애매함
기권은 민주사회를 완성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차악을 강요하는 나쁜 투표에 나는 기권으로 저항한다.
무효, 기권, 불참석의 세가지는 조금씩 다른 의미와 양상을 가집니다.
결과적으로 어느 후보의 득표에도 가산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선거의 승패를 가리는 것에 어떤 영향도 안 미친다는 측면에서 동일합니다. 하지만 투표결과를 해석할때는 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뭣보다 일단 득표율이 달라지잖아요.
투표결과의 해석이라는 점에 이르면 훨씬 복잡/미묘해지는데요...
무효 = 하자가 있어 집계 안됨(중복날인 등) = 기권 = 투표 안함
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할수는 없습니다.
해석은 방법론적인 문제이기에 의견이 분분할 수 있습니다만, 투표장에 가서 기권한 것과, 그냥 불참석 한 것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해석 이론에서 큰 문제 없이 받아들여지는 부분입니다.
득표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적 입지가 불안하다는 것이고, 시장은 여당, 의회는 야당과 같은 상황으로 활동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사실 꽤 노골적인 영향을 줍니다).
그에 비해 불참석 기권의 경우는 정치공학적으로 큰 의미부여가 되지 않습니다. 뭐 간단히 말해서 이번에 투표 안 한 사람은 높은 확률로 다음 투표에도 참가하지 않는다, 랄까요. 혹은 '대부분 그냥 투표 안한거지 뭐' 랄까요.
왠지 통밥같긴 하지만 통계적으로도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가 아니니 '투표장 기권'에 비해 미약한 효과만을 미치게 되는겁니다. 정치인들도 생각이 없는게 아니니 당선되면 장땡으로 일차원적인 행동만 하지는 않거든요.
저는 투표장에 안 가든, 투표함에 무효표를 넣든 모두 민주시민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포기 또한 의사표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타인이 거기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요. 오히려 투표 안하면 시민의 자격 없다! 고 매도하는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는 놈들은 벼락맞아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어쨌든 저는 원글 쓰신 분의 정치의사를 존중하고 그러한 선택 자체를 비난하는 분들은 말씀을 조심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후보 찍은 사람한테 '왜 B후보 안 찍었어!' 하는거랑 같은거잖아요; 다만 기왕에 의사표시를 한다면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게 하는것이 좋겠다 싶어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졸라게 긴 글이 되어서 내가 왜 어설픈 정치공학 지식을 설파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요약을 했는데 제대로 전달이 되었나 모르겠습니다. 나이 먹을수록 글 짧게 쓰는 능력을 잃어가는 듯.
덧.
대규모 투표에서는 불참석자를 기권이라고 하지만,
소규모 투표, 즉 반장선거나 부녀회 선거 등은 불참석자를 기권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위임장이나 기권 서명이라도 받지 않으면 불참석자를 기권과 별도로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백지표라든가 별도의 칸을 두어 '기권' 또한 선택지의 하나로 추가시키는게 어떨까 하고 예전부터 생각해 왔었는데(표기 실수등으로 인한 무효표와 구분)... 뭐 여지껏 추가 안된거 보면 이유가 있겠죠;
# by | 2011/10/26 15:08 | 오덕잡담하는날 | 트랙백 | 덧글(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