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존중의 중요함

인터넷 상에서 취존중 어쩌고 하며 병림픽이 꽤나 자주 벌어지지만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아니 뭐 요 전번에 벌어졌던 사태를 보자면 그거랑 연관이 있는듯도 하고....




말이 후달리므로 예를 하나 들어보겠음.


필자의 여자인 친구 A가 재작년인가 작년인가 가을에 겪은 일인데...

당시 A가 소중하게 여기던 슈나우저 종의 강아지가 있었는데 그녀가 출근한 사이에 평소 애완동물을 탐탁치 못하게 생각하던 아버지가 말 한 마디 없이 유기견 처리하는 단체에 강아지를 넘겨버린 것이다.

퇴근해서 그 사실을 알게된 A는 바로 집을 나와 강아지를 찾기 위해 사방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는데, 한번 개들이 조직에 들어가면 거의 찾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르는것이다. 당시 그녀가 한 일주일 이상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 빼고 집에도 안 들어가고 강아지를 찾아다녔다. 평범하게 꾸미기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던 그녀가 진짜로 '미친년' 몰골로 사방을 쏘다녔다고 하니...필자도 알았으면 전력으로 도왔을텐데 당시 필자와는 모르던 사이라;;;

하여간 일단 접수된 개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살처분 되므로 A는 정말 미친듯이 찾아다녔다(처음엔 금새 찾을 수 있을줄 알고 전화하면서 이틀 정도를 낭비했는데, 결국 이 사이에 어디로 이송되었는지 모르게 되었다고 함;). 결국 경기도 어딘가의 보호소에서 강아지를 찾긴 찾았는데... 집에만 살던, 그것도 어린 강아지가 낯설고 거친 환경에 제대로 적응을 못해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에 심각한 폐렴에 걸린 상태였고 결국 이틀만에 죽어버렸단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개집에서 벌벌 떨기만 하던 강아지가 죽을 때가 되니 필사적으로 A의 침대 쪽으로 기어오다가 숨이 끊어졌다며 눈물을 뚝뚝 흘리던 A의 얼굴이 아직도 선하다. 필자는 필사적으로 의연한척 하며 위로를 해줬었는데T.T

이 일이 A에게 심대한 트라우마로 남은것은 당연했다. 일단 아버지 얼굴만 보면 눈물이 흐른다며, 도저히 같이 살수가 없어 나와살게 되었고 거의 매일 꿈에서 죽은 강아지나 보호소에서 봤던, 간절한 눈으로 자기를 쳐다보던 다른 유기견들이 나와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비쩍 말라갔다니.... A가 얼마나 비참한 몰골이었는지, '겨우 그런 일 때문에 그 난리를 치는 딸은 나도 필요가 없다'며 큰소리를 치시던 가부장적인 아버지 마저도 A의 자취방에 찾아와 눈물을 쏟으며 사과를 하셨다고 한다. 대략 반 년 후 부터는 집에 돌아가서 어느 정도 일상생활을 되찾았다곤 하던데.





이건 연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설령 가족끼리라도 상대를 이해 못한 상태에서의 무신경한 행동이 상대방과 스스로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를 말하고 싶었다.

위의 이야기에서는 그나마 혈연이라는 끈끈한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비록 반년이나 걸리기는 했지만 갈등이 해소가 되고 다시 가족으로 남을 수 있었지만, 연애상대가 저랬다면? 아마 원수가 되어 끝났을 것이다. 연인 끼리는 안 저럴거라고? 위의 이야기의 근본적 원인은 A의 아버지가 딸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했기에, 소유물의 소유물도 자신에게 속한다고 판단한 것이겠지만, 연인에게 이 이상의 집착을 가하는 남녀는 세상에 많으니까 충분히 있음직한 일이지. 아니, 하다못해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헤어지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보다 약간만 깊숙하게 들어가면 꽤나 예민한 문제가 되는것이다.

남녀를 막론하고, 상대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자신이 이해를 못한다' 란 이유만으로 너무도 쉽게 부정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이게 겉으로 드러나진 않아도, 보통은 큰 상처로 남게된다. 20년간 당연하다 생각해 왔던 무엇인가가,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누군가가 부정한다고 해서 '아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할만큼 속 좋고 적응성 뛰어난 사람은 없거든.

그리고 사람이 바뀌는 것이 무지하게 힘든 일이라고 가정하면, 결국 단순한 '이해' 범위를 뛰어넘는 부분은 그냥 이해가 아니라, 불만이 있지만 참는것이 가깝다. 자꾸 이해만 하다보니 사랑을 못하게 되었다고 하던가, 그런데 눌러서 참고 삭히던 감정이 흘러나오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바로 파탄이지.

필자는 항상 부정적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아홉가지고 좋고 한 가지가 싫은 상대보다는, 그냥 한 가지만 좋은 상대가 낫다고 본다. 세상에 다 괜찮은데 이거 하나만 고치면 괜찮은 사람은 없다. 자신이 상대방을 포장하던 콩깍지가 벗겨지는 순간, 상대는 그냥 '그거 하나 때문에 안 좋은 사람'이 되어 버리니까. 물론 가장 좋은것은 자신이 까다로운 기준을 버리고 상대방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보지만, 아무리 양보해도 넘을수 없는 선은 있기 마련이다. 그냥 납득이 가능한 '아쉬운거'랑 언젠가는 분쟁의 소지가 될 '싫은거'는 좀 다르잖아.

이렇게 상대방을 이해하고 납득하기도 바쁜데(연애 초기 3개월 버프기간 끝나고 나면 서서히 이런 시기가 찾아옴), 그 상대방이 본인의 단점을 지적하며 '나를 위해 맞춰줘' 라고 한다면? 존나 연애할 맛 나겠나?

좀 과감하게 말하자면, 상대방에게 도저히 눈 감아주지 못할 단점이 있다면 그냥 연애하지 않는편이 낫다. 연애 초기에는 뭐든 극복 가능할것 같지만, 연애 중기에도 그럭저럭 참아볼만 하지만, 맘 상하면 상대 단점만 보이는거 한순간이다. 그리고 그걸 바꿔보려고 상대를 닥달하지 마라. 상대에게 보이는 본인의 단점이 하나 늘어날 뿐이다.






외모 출중하고 성격 더러운 애들이 연애를 자주 하더라도 길게 못하는게 다 이유가 있다. 상대방이 못 견디거나, 상대방은 견디더라도 본인이 못 견디거나.

by 회색생선 | 2009/08/11 20:54 | 오덕연애하는날 | 트랙백(2)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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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Analog - 앞선 .. at 2009/08/12 01:13

제목 : 취향존중의 중요함-by회색생선님
취향존중의 중요함 <- 회색생선님의 블로그에서 트랙백.뭐랄까..당연하지만 지키기 힘든 것이 남의 취향 존중....more

Tracked from 정신을 토하다 at 2009/08/12 11:49

제목 : 쿨해지고싶다
취향존중의 중요함어쩌다가 밸리에서 보게된 회색생선님의 포스팅.여태 내 감정에 너무 치중하느라 상대방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인정못했나보다.그래도 감정과 이성은 또 따로 놀지만.......그치만 첫번째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바이러스는 cpu점유율을 실컷도 잡아먹더만, 나는 내님의 뇌내점유율을 잘도 경제적으로 소비하나보다-_-;;다른건 다 제치고 사람들 중에서 첫번째이고 싶다는건데 그게 과한 욕심인건가;;;이해와 배려로 둔갑한 ......more

Commented by Gony at 2009/08/11 23:17
아씨 이아저씨는 뭔데 이렇게 내 맘을 잘 아는거지? 사귀고 나니 입이 걸어지던 여자를 그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ㅋ
Commented by 회색생선 at 2009/08/13 17:18
생느님이라고 불러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키르 at 2009/08/12 01:12
글이 참 좋아서 트랙백 해 가겠습니다 (__)
Commented by 회색생선 at 2009/08/13 17:18
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Северный at 2009/08/12 03:41
아... 제가 저 A라는 분과 정말 비슷한 경험을 해서 지금 굉장히 눈물 날것 같네요. 아버지가 술드시고 개 데리고 나가셔서 잃어버리고 돌아오셨었거든요. 그때 난생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미친듯이 대들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학교도 못가고 집에서 울기만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벌써 몇년이 지난 일인데 그 이후로 아버지를 예전처럼 못대하겠어요. 가족사이지만 정말 한번 틀어지고 나니 도저히 잊혀지질 않더군요. 예전 생각이 나서 잠시 적고 갑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Commented by 회색생선 at 2009/08/13 17:19
어휴 듣기만 해도 속상하네요; 저도 키우던 개가 몇번 잃어버리고 밤새 찾아다닌 기억이 있습니다. 사람 없는 동네라 방심했더니;;; 뭐 찾긴 했지만요.
Commented by 李相勳 at 2009/08/12 04:31
내가 툭툭 던졌던 말과 행동때문에 상처를 받는 사람도 있다는 것 세삼 다시 깨달았습니다.
Commented by 회색생선 at 2009/08/13 17:19
상대적인거니까요 뭐^^
Commented by 飛烏 at 2009/08/12 10:41
공감 100%네요
Commented by 회색생선 at 2009/08/13 17:19
감사합니다 ㅎㅎ
Commented by 공감100% at 2009/08/12 11:21
그 상대방이 본인의 단점을 지적하며 '나를 위해 맞춰줘' 라고 한다면?
>>아 이거 진짜...-_-
상대방의 행동이 마음에 안들어도 맞춰주고 이해해 줘야 되는거져..
그런데 저렇게 얘기한 놈이 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발 ㅋㅋㅋㅋㅋㅋㅋ욕죄송여 ㅋㅋㅋ
"이렇게 저렇게 해줘"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말미에
"나한테 어울리는 여자친구가 되려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뻑 짱 ㅋㅋㅋㅋㅋㅋ
니가 얼마나 잘났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강남 땅부자냐 니가 무슨??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그렇다고 얼굴이 손나 잘난것도 아니고 몸매도 비리비리 한게 볼품하나도 없는뎈ㅋㅋ
그래서 성질내고 연락 4일 안햇더니
문자로 헤어지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슈발 ㅋㅋㅋㅋㅋㅋㅋㅋ
투투(22일)까지 챙기면서 극성스럽게 굴던 놈이 ㅋㅋㅋㅋㅋㅋㅋㅋ
헤어지자고 한 게 사귀고 두달째였나 그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웃긴거는
얼굴 보고 헤어지자고 했더니
만나서는 겁나 야멸차게 굴고
이틀 뒤 집앞까지 찾아와서는 너 없이는 못살겠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라마를 찍어라 아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안받아줬고 지금은 연하(!!!)만나서 잘 사귀고 있습니다 *^^*
취존중은 중요한거죠 네넵
Commented by 회색생선 at 2009/08/13 17:19
그건 좀 골때리는 경우군요. 스스로에게 자부심이 상당하신듯. 근데 이틀만에 붙잡는건 뭐랍니까;
Commented at 2009/08/13 00: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회색생선 at 2009/08/13 17:20
에고 그래도 찾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저희 집 개들은 전부 유기견 출신이라 그런지 잠깐만 주인이 안 보여도 막 힘들어하더라구요;
Commented by 강군이어라 at 2009/08/15 00:18
좋아하는 음식 때문에 헤어지다라...

편식 대마왕인 저는 걍 버로우...

PS) 강아지도 좋지만 고냥이도 좋다는... 여건이 되시는 분들께선 함 오래 길러보실만 한 녀석이라는...
Commented by 회색생선 at 2009/08/15 22:10
채식을 하는것은 아니지만 육고기 전반을 선호하지 않는다거나,

생 해산물은 전혀 먹지 못한다거나,

발효가 심한 음식을 먹지 못한다거나,

별것 아닌것 같지만 상대 취향에 따라 상당히 함께 보내기가 힘들 수 있습니다. 제 대학교 동기중의 하나는 상당히 훌륭한 남자가 초밥을 먹지 못한다는 이유로 헤어진 적도 있음;
Commented by 유 리 at 2009/08/20 00:49
흐으으 ㅠㅠㅠㅠㅠ;;; A님의 이야기 정말 눈물나는군요;;; 죽기 직전에 필사적으로 A님에게 기어가는 모습이 상상돼서 ㅠㅠㅠㅠ;;; 우어엉 ㅠㅠㅠㅠㅠ;;;
보통 동물들은 상처 입었을 때나 출산할 때나 죽어갈 때 옆에 사람이 있으면 싫어한달까, 숨어버린달까 혼자 조용히 처리해버리잖아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보면 동거인을 그만큼 신뢰해주는구나 싶어서 참 가슴이 찡하던데 ㅠㅠ;;;; 강아지의 마지막 모습은 정말 A님에게 트라우마가 되고도 남았을 것 같아요...ㅠㅠ;;;

아 이 이야기 보니까 저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게 생각나서 ㅠㅠ;; A님의 기분 알 것 같아요. 벌써 4, 5년 전 일이지만 떠올리면 죄책감에 죽어버릴 것 같음...왜 그때 이렇게 하지 않았지 라던지 그때 이렇게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어서...

[위의 이야기의 근본적 원인은 A의 아버지가 딸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했기에, 소유물의 소유물도 자신에게 속한다고 판단한 것이겠지만]
<- 이 부분 정말이지 캐공감;;;; 제가 어렸을 때 부모에게 반발했던 이유의 90%는 저것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Commented by 회색생선 at 2009/08/22 21:13
가부장적 문화의 폐해랄까요, 그리고 특히 한국은 성인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시기(정신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가 늦어서 더 그런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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